나만의 행복 비법

나만의 행복 비법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결정할 때는 단기적인 목표를 토대로 결정하고, 단기적인 목표를 세울 때는 장기적인 목표를 겨냥하여 세운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루어야 할 장기적인 목표가 있음에도 단기적인 목표 수립과 지금 당장 뭘 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방황을 하는 경우가 있다. 고등학교 3학년으로 막 진급한 시기의 내가 그랬다.

그때 나는 매일 독서실을 간다는 핑계로 야간자율학습을 면제받고 석식도 안 먹고 pc방에 뛰어가 League of Legend라는 게임을 하며 ‘나는 실전에 강해’, ‘1시간 공부한다고 별로 달라지는 것 없더라’, ‘절박할 때 진짜 밀도 높은 공부를 할 수 있다.’라는 생각으로 멀리 있는 수능일까지의 카운트를 줄여갔다. 내가 방황하고 있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알고 있음에도 다시 방황을 접고 공부를 하지 않았던 이유는 ‘뭔가 계기가 오겠지’라는 타성에 젖어 있었기 때문이다.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어떤 외부로부터의 계기를 기다리며 방황을 하며 계기는 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3월 모의고사를 1주일 앞두고 담임선생님께 야자를 다시 하겠다고 항복 선언을 끝으로 방황을 끝냈다.

당시의 내가 분명한 장기적인 목표가 있었음에도 당장 해야 할 일이 그것을 겨냥하지 못했던 가장 주된 이유는 성취의 불확실성 때문이었다. 지금 그것을 향한 일을 한다고 한들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내가 지금 해야 할 행동을 두고 불투명한 미래의 성취 보다 당장의 인스턴트 행복을 선택했고, 이것이 반복되어 무기력, 우울증으로 심화되었고 타성에 젖어 신기루 같은 외부의 계기나 찾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지금으로부터 1년 8개월 전, 어떤 아이디어 하나가 내 머릿속에 움을 텄다. 아이디어를 토막글로 일기장에 남겨 놓았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요즘 행복은 꿈을 이룬 미래가 아닌
꿈을 향하는 과정인 현재에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미래에 내 꿈을 이뤘다고 한들 꿈을 이루고 난 삶이
지금 이 보람찬 시간에 비할 수 있을까?

목표를 이루기 위해 준비하는 게 보람차고
기대할 미래가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

지금보다 행복한 날이 앞으로 있을까?

아이디어의 핵심은 목표의 성취 여부와 독립된 현재의 행복이다.
세웠던 목표를 성취하는 것은 분명 행복을 가져다준다. 그런데 그게 얼마나 갈까? 쉽게 익숙해지는 우리의 뇌는 그 행복감을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는다. 성취 즉시의 행복은 며칠 가지 않아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성취를 기점으로 변화한 삶이 가져다주는 행복은 그 삶에 익숙해지며 사라진다. 대학 합격, 높은 학점, 취업, …

노력을 얼마나 하든 성취 당시까지 성취 여부는 불확실한 상태를 유지한다.
그리고 성취로 인한 행복은 시간에 씻겨 사라진다.

눈을 조금 돌려보자. 미래의 불확실한 성취를 머릿속에서 지우고, 현재에 집중해 보자.
독서실에서 마감 총무의 빗자루 소리를 들으며 급하게 짐을 챙겨 나올 때,
열중하여 과제를 하다가 밥시간이 지난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을 때,
숨이 턱까지 차오르지만, 그냥 멈추고 싶지 않아 계속 달리는 순간,
게임하자는 친구의 카톡에 “3시간 뒤 ㄱㄱ” 로 답장하고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는 순간, …
이 순간 간지럽게 느껴지는 은근한 행복의 근원은 충만함이다.

성취는 불확실한 미래지만, 충만함은 확실한 현재이다.
우리가 현재의 충만함을 느끼는 것은 지금 하는 행동을 스스로 흡족하게 여길 때 가능하다.
장기적인 목표가 스스로 흡족하게 여길 만한 것이라는 가정하에 장기적인 목표를 겨냥한 모든 행동의 순간엔 충만함이 깃들어있다.

장기든, 단기든 목표 성취 여부는 지워버리자. 내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선택할 때 내가 이일을 하는 순간 충만할지 평가해 보자.
1년 8개월간의 실험 결과는 정말 놀랍다. 순간이 겨냥했던 많은 목표들은 성취되었고, 불확실함으로 불안에 떨지 않았다. (중요한 부수효과로 나쁜 생각에 넘어가 편법을 쓰거나 노력을 덜하고 요행을 바라는 것도 줄어들었다.)
몇 번 목표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던 순간 잠시 실망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진심을 다해 노력한 빛나는 순간들은 후회되지 않으며 다른 목표의 성취에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