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클라마칸 배달 사고

읽기 전

독서 모임에서 만나는 첫 소설책이다. 시험기간의 압박이 슬슬 심해지고, 과제나 강의 노트정리에 신경이 온통 쏠려있는 요즘 머리 아플때 읽기 딱 좋을 것 같아 무척 반가웠다.

타클라마칸이라는 지명과 나는 구면이다. 초등학교 시절 유성도서관에서 매주 빌려보던 네셔널 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에서 처음 만났었다. 실크로드의 상인과 낙타, 그리고 작열하는 태양과 죽음의 사막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고, 당시 다큐멘터리가 생생하게 전달해준 극한의 환경에 감명 받아 다양한 지구의 모습 소개 라는 주제로 ppt 만들기 숙제에 넣었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 중학교에 올라가고 지구의 여러가지 사막들과 환경을 알게 되고 타클라마칸 사막이 그렇게 유별난 사막은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아무튼, 이런 잡설로 “읽기 전”이라는 공간을 채워 넣어야 할 정도로 마음의 준비 없이 가볍게 읽었던 책이다.

짧은 내용 소개

미래에 빈스토크 라는 도시국가를 배경으로 3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한다.

민소와 은수는 연인관계이다. 5년 전 은수가 자신이 꿈에 그리던 위성디자인 회사인 이앤케이에 입사하기 위해 빈스토크행을 결정하게 되고, 민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꿈을 찾아 이앤케이 디자인 부서에 들어간다. 관계는 점점 소원해지고, 사소한 다툼이 많아지게된다. 민소는 다시 잘해보자는 내용의 편지를 은수에게 보내지만, 이를 전달하는 병수의 실수로 전달되지 못하게 된다. 병수는 빈스토크 시 홍보 담당관으로 빈스토크에서 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다. 병수가 편지를 전달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편지를 수령한지 4개월이나 지나버린 시점이었다. 병수는 편지의 내용을 보고 사설 탐정을 고용해 민소와 은수의 관계를 추적하지만, 둘 사이에 왕래는 없었고, 민소는 빈스토크 시민권을 얻기 위해 빈스토크 해군 용역업체에 지원한 상태였다. 병수는 용역업체에 자신의 영향력을 발휘해 민소를 고용하게한다.

4년이 지나고, 민소가 복무 기간인 4년을 채우기까지 6개월이 남은 시점에 민소는 전투기를 조종해 빈스토크의 잠재적 위협세력인 코스모 마피아에 대한 폭격임무를 마치고 귀완하던 중 요격당해 타클라마칸 사막에 추락한다. 빈스토크시에서는 코스모 마피아에 선제폭격을 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기에 그런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모르쇠 일관하며 민소의 구출에 소극적인 대응을 한다. 이를 알게 된 병수는 4년전 자신의 실수로 전달하지 못한 민소의 편지와 민소의 격추 소식을 은수에게 전한다.

시 당국의 지원을 받을수 없는 상황에서 은수는 자신의 약혼자에게 부탁해 타클라마칸 사막 전역에 대한 고해상도 위성사진을 구하고, 민소를 구출하기 위해 10만 시간이 걸리는 지도 탐색을 단시간 내에 할 수 있도록 웹페이지를 개설해 사진을 20만개의 구획으로 나누고 지인들에게 탐색에 동참해달라는 편지를 쓴다. 편지는 지인, 지인의 지인에게 확산되고 급기아 세계 전역에서 민소를 찾기 위한 탐색이 이루어진다. 세계 수많은 사람의 도움 끝에 민소를 구출하는 것으로 소설이 마무리된다.

감상

상식적인 한 가지 사건과 비 상식적인 두가지 사건이 보인다.
먼저 민소의 행동엔 정의나 대의가 없었다. 아직 적대행동을 하지 않은 미사일 기지를 폭격하고, 귀환 도중 격추된 것이다. 빈스토크시 당국이 민소의 격추 사실을 부인한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시에 이득이 되지 않고 민소를 보호하는 것과 부인하는 것의 위험평가를 한다면 부인하는 것이 압도적으로 시의 안전에 유리하다.
병수의 행동은 비상식적이다. 먼저 동기가 모호하다. 민수가 용역업체에 고용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서 결국 민수가 격추되는데 일조했다는 것에 대한 책임감? 너무나 감상적이다. 그리고 자신의 자리를 잊었다. 시의 고위 행정관료로써 시를 비판하는 편지를 확산시키도록 종용하고, 직원들의 업무시간을 민소 찾기에 낭비했다.
민소 찾기 프로젝트에 동참한 각국의 사람들 인터넷을 통해 지인의 지인을 찾기위해 어딘가를 탐색해달라고 메일이 왔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에 그것을 재발송하고, 몇 시간을 투자한다. 내가 사람에 대한 기대가 적은 편이긴 하지만, 이것은 누가 봐도 소설이라 가능한 것이다. 웹 세상에 질투와 혐오가 넘실대고 현실로 넘쳐 흐르는 것은 아마 거의 모두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작가가 디테일에 신경을 쓴 것이 느껴진다. 스토리에서 정치적 알력, 웹 서버의 기술적인 부분, 사회 메커니즘까지 다방면의 상호작용을 고려하며 글을 쓴 것 같아 읽는데 지루할 틈이 없었다. (단편소설이라서기도 하지만, 그래도 알찼다.)

내가 참 인류애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사실 인류애라는 미덕을 왠지 내가 갖기엔 마뜩찮은 구석이 많아서 거부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내 주변에나 무한한 인정으로 잘해야지, 그것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은 일단 예정에 없다.

나의 발제

  • 빈스토크시 당국의 민소에 대한 대처는 적절했다.

  • 잠재적인 위협요소에 대한 선제타격은 적절한가?

    • 어느 정도의 위협인지 모호하다면 빈스토크에 대한 코스모 마피아 미사일기지 수준의 위협이고,
    • 어느 정도의 선제타격인지 모호하다면 선제 폭격의 수준이다.
    • 적절을 판단하는 기준은 자신이 빈스토크 시민일때 판단한다.

선정 발제

  1. 개인이 남을 돕는 행위의 우선적인 목적은 공동체의 안정적인 지속을 위함이다 vs 개인의 감정(ex. 연민)을 충족하기 위함이다. (토론)

    공동체의 안정적인 지속을 위함이다. 일반적으로 행동을 결정할 때 본능과 감정은 초동적인 가치 산정을 하고, 이성은 후속적으로 높은 가중치를 갖고 초동적인 가치선정을 수정한다. 급박한 상황에선 본능과 감정이 산출한 결과를 토대로 행동을 결정하지만 드물다.

    • off the record

      두 개가 베타적이거나 경합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행동에 대해 감정과 이성이 지시하는 바가 같다면 둘은 평행하다. (연민과 당위성)
      둘 중 무엇이 우선인가를 찾는 것이 무얼 위한것인가…? 궤변만 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2. 소설 속 상징 (토의)

    • 빈스토크의 과시 수단이자 소통 수단으로서의 ‘편지’는 무슨 의미를 담고 있을까?

      도시화율 백 퍼센트가 연상시키는 삭막함과 속에 (효율적, 효과적과는 거리가 먼)아날로그적인 인간미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

    • 바벨탑의 의미는 무엇이며, 빈스토크는 바벨탑인가?

      바벨탑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그래선 안되는(터부시되는) 외부의 대상에게 투사하려는 노력의 결정체이다. (이 것을 판단하는 기준은 바벨탑 밖 외부인의 시각이다.) 빈스토크는 바벨탑이다. 잠재적으로 경제적인 손실을 줄 수 있는 세력에 대한 선제폭격을 예시로 들 수 있다. 주변국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 또한 간접적으로 이를 뒷받침한다.

    • 왜 이 작품의 제목은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일까?

      단순히 줄거리를 한 큐에 꿰기 위한 비약이 아닐까 생각한다.

토론 후기

이번 토론이 3대 1로 진행되어 정말 정신없는 와중에 내 실력이 너무 너무 부족함을 느꼈다.

진짜 진짜 정말 감사하게도 반대입장 3분이 내가 힘들까 배려해주시고, 중간중간 괜찮다 자신감있게 말해도 좋다 등 dm 도 보내주셔서 안무너지고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 형편없는 화력을 가진 토론자를 어려번 배려해주신 사회자님도.. 정말 너무 감사했다.

두괄식 두괄식…. 두괄식으로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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