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시험이 끝나지 않았으나 그냥 시간도 남고, 염세에 대한 진통제가 필요할 듯 하여 맥주를 한 피처 마셨다. 기분이 좀 좋아진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잡생각이 많아져 그냥 자기엔 아쉬워 비주얼 스튜디오를 켜서 글을 쓴다. 군 복무 시절 들었던 명언들이 떠올라 이걸 주제로 삼고자 한다.

人香萬里

1221기 전역식에서 들었던 이야기로 기억한다. (1225기 였을 수도 있다.)

주향백리 화향천리 인향만리

한 기수가 같은 날 전역하는 해병대는 매월 특정일에 2~4명이 한번에 전역하게 된다. 해병대 병 문화 특성상 고마웠던 일, 원망스러웠던 일들이 타군에 비해 정말 많은데 이런 것들을 전역 전날 21시 00분 부터 전역자 파티 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병들의 비공식 행사에서 전역자와 그의 후임들간의 장벽이었던 기수를 내려놓고 서로 반말로 그간 쌓였던 앙금을 털어내고, 좋았던 추억들을 상기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젠 갈 사람이 되어버린 선임과 당사자의 동의 하에 욕설까지 허용된 허심탄회한 그간의 만행 고발, 서운했던 일, 고마웠던 일… 서로의 오해를 풀고 화해를 하는 시간이 지난 뒤엔 언제나 전역자 한마디가 있다.

전역자 한마디는 전역자 본인이 그간 군생활 소회나 그동안 남몰래 해왔던 군생활 껀지는 팁을 후임들에게 말하는 시간이다. 1221기였나 1225기 목**해병님 이었던가… 누군가가 화향백리 주향천리 인향만리를 말하며 군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것은 인간관계이며 지금 자신 옆에 있는 선임, 후임들에게 자신이 만리 밖에 있어도 향기가 느껴질 수 있는 사람으로 비쳐지는지에 대해 고민해보라고 하였었다.

상당히 기억에 남는다. 인향만리.

3가지 인

이등병, 일병은 가슴에 참을 인.
상병은 어질 인을 새기며
병장은 사람 인을 새기며 군 생활을 해야 한다.

이등병 시절 적응 못하고 혼날 때 들었던 말이었다.
훈련단에서 틈틈이 읽었던 명심보감에 나왔던 말과 오버랩 되며 정말 인간적으로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지나고 나니 어질 인, 사람 인을 새기는 시간은 기억에 잘 남지 않고, 참을 인을 새긴 시간들만 기억에 남아 있었다.

후회되는 행동들
왜 더 멀리 보지 못했을까…
더 잘했으면 좋았을 텐데,
더 잘해줄 껄…

더 참을껄

철없고 내가 옳은줄만 알았던 때에 지은 마음의 빚은 군생활이 끝나도 장기부채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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